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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밤, 우리 가슴을 빛나게 하소서 -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관리자
조회수 : 649   |   2021-11-10

 



                                                                                                                                                                                                                                  ⓒ CC BY-SA 3.0 by Morn the Gorn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1723년에 라이프치히의 칸토르로 취임한 후 바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매 주일과 주요 축일마다 토마스 및 니콜라이 교회의 예배에서 칸타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당시 모든 칸토르들이 매 주 자작곡을 마련해서 연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레스덴과 경쟁관계에 있던 라이프치히 시의회의 기대도 그랬거니와, 바흐 역시 쾨텐에서 그다지 쓸 수 없었던 교회음악에 대한 의욕이 넘쳤기 때문에 이직 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집중력과 창작열을 교회 음악 작곡에 쏟았다. 칸타타의 가사는 당일 예배의 복음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음악으로 펼쳐지는 성경에 대한 해설 및 묵상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여섯 곡의 칸타타 연작이다. 18세기의 일반적인 오라토리오와는 좀 다른 형식으로, 하인리히 쉬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히스토리아(historia) 전통이나 오라토리오 수난곡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섯 곡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오라토리오라고 불러도 무방하며, 실제로 바흐도 악보 표지 ‘오라토리움(Oratorium)’이라고 썼다. 아무튼 연작 칸타타이다 보니 바흐의 다른 칸타타와 근본적으로 동일한데, 다만 성서(루가 및 마태오 복음)의 성탄 기사를 좀 더 길고 직접적으로 인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여섯 곡은 1734~35년 사이의 성탄 시기의 여섯 축일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오늘 듣게 될 곡은 1부(성탄절), 5부(새해 첫 주일), 6부(공현 축일) 등 세 곡이다. 17세기 말부터 북스테후데 같은 작곡가들이 연작 오라토리오를 썼는데, 바흐는 성주간과 부활 축일을 위한 일련의 수난곡과 칸타타를 쓰면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 같다.
 
수난에 비해서 성탄에 관련된 성서 본문은 상대적으로 간략하고 또 극적인 기복이 덜하며, 등장 인물 역시 평면적이다. 또 각 축일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중복해서 배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래서 바흐와 대본작가(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피칸더로 추정된다)는 각 칸타타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주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가령 1부는 구세주와 신앙인의 영적인 결합을 노래하면서 화려한 오케스트라 편성을 선보인다. 5부와 6부는 헤로데 왕과 동방박사들의 일화를 다루는데, 5부는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별(빛)을 강조하는 데 반해 6부는 1부만큼 화려한 음향을 통해 어둠의 세력을 제압할 구세주의 승리를 찬미한다.
 
사순절과 마찬가지로 대림절 역시 교회에서 칸타타를 연주하지 않았으므로 바흐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준비할 충분한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 바흐는 1720년대만큼 정열적으로 교회음악을 작곡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과거 작품을 개작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재활용’이라기보다는 작품을 더욱 완벽하고 치밀하게 ‘완성’하는 작업이었으며 이것이야말로 바흐의 위대한 면이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그런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코랄을 제외한 음악 대부분은 그 얼마 전에 썼던 몇 곡의 교회 및 세속 칸타타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만 기쁨과 약동감이 넘치는 5부 첫 합창곡이나 2부 신포니아처럼 새로 쓴 것도 있다. 수난곡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레치타티보는 성탄 이야기를 진행하고 코랄은 이를 평하고 설명하며 명상적인 아리아는 신자들의 반응과 좀 더 심화된 신앙을 제시한다.
 
바흐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통해서 자신이 1730년대 초부터 추구했던 우아하고 가벼운(수난곡과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새로운 음악 양식을 새롭게 엮어냈다. 또한 이 작품은 바흐의 심오한 신학적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가사와 음악은 성탄이 수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가령 5부에서 동방박사가 던지는 질문(‘새로 태어난 유대인의 왕은 어디 계시는가?’)에는 수난곡에 등장하는 투르바(turba) 합창 풍의 음악이 등장하며 전곡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1부 첫 코랄과 6부 마지막 코랄은 더욱 직접적으로 수난 코랄을 인용하고 있다. 바흐는 여기서 단지 성탄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난과 부활까지 내다보는 거시적인 그리스도교 교회력의 사이클을 완성했던 것이다.

글: 이준형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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