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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 듣는 작품 이야기 3. 소리꾼 안이호
관리자
조회수 : 1216   |   2021-03-29
아티스트에게 듣는 작품 이야기🙇





“그 현실 위에 선 나의 그림자가 닿은 저 너머의 현실을 꿈꾸고 만들어가는 것이

 

매 순간 내가 추구한 ‘열심’이 향하는 곳이라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소리꾼 안이호를 만나다!

 

2021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야드’와 ‘이날치’로 관객들을 만날 소리꾼 안이호와의 일문일답


 

 


 

Q. 2021 통영국제음악제 공식 공연 '야드'에 출연할 예정이시죠. 원작 소설을 직접 각색해서 단편영화로도 만들었는데,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A. ‘야드’는 [2018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인 임채묵 원작의 ‘야드’를 각색한 것으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원작자가 실재 조선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묘사가 매우 세밀하다. 그리고 유난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그리는 표현이 아주 건조한데 그 간극이 이야기를 더욱 살아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생생함이 말하고자 함은 아주 명확하다.

 

특정 목적만을 위해 질주하는 조직과 그 속의 도구화된 인간. 동시에 도구로서의 존재를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개인들.

 

그곳의 긴장감과 무감각이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닫는 비정함과 만나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감을 일으킨다.

 

긴장과 무감각, 비정함과 공감, 생생함과 건조함 그리고 유난스러운 담담함.

 

그런 간극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불편함이 좋았다. 그 불편한 현실감을 그려내고 싶었다.

 

 

 

Q. 각색할 때 어떤 아이디어 또는 원칙을 중점에 두고 작업했나요?

 

A. 일단 음악적으로 앞서 이야기한 그 간극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먼저 각색에 있어서는 운문체와 산문체를 오가는 사설로 감상과 사실이 혼재된 판타지를 대본에서부터 구현하려 했다. 독백과 대화, 기억과 현재의 구분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그게 더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루를 시간순으로 기억하고 재배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치 거울 속 스스로와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취한 방법이다.

 

음악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시작과 끝을 거꾸로 해봤다. 물론 그동안 해왔던 나의 방식을 중심으로 했을 때를 말한다. 일단 ‘선() 텍스트, () 음악’의 구조를 뒤집었다. 장면의 상황과 분위기를 그려내는데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음악적 파편들을 먼저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나열과 접합을 통해 선율을 구성했고 그다음 말을 입혀보는 방식이었다. 이는 예상 밖의 연결을 통해 얻어낸 분절적인 선율이 주는 생소함을 적극적으로 취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얻어낸 생소함을 도드라지게 하려다 보니 장단을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파편을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구조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물의 감정선에 따른 음향적 변화가 더 잘 드러난 것 같다.

 

 

 

Q. 영상화된 '야드'와 공연예술로 초연될 예정인 '야드'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기대할 만한 점을 미리 알려주세요.

 

A. 영상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압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덕분에 얻을 수 있는 강점도 있었지만 나름의 서사는 충분히 담을 수 없었다. 극장으로 오신다면 이야기로서의 ‘야드’를 모두 경험하실 수 있다. 원작이 그래 낸 이야기로서의 힘이 참 대단한데 극장으로 오시면 그 이야기의 힘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Q. 영화 '야드'가 영국 사우샘프턴 필름 위크(Southampton Film Week)에서 아티스트 필름 경쟁 부문 베스트 아티스트 필름 상과 관객상을 받았는데, 수상과 관련해 있었던 일들이 궁금해요.

 

A. 수상을 발표하는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봤다. 물론 직접 가서 받고 환호성을 질렀으면 더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더 가슴이 떨리고 기분이 좋아서 몇 번을 돌려 봤다. 몇 번이고 상을 받아도 상을 받는 건 참 기분 좋더라.

 

 

 

Q.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영화 '어둠 속의 댄서'를 떠올렸습니다. 안이호 씨 모습에서 영화에 출연한 비요크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영상의 전체적인 느낌이나 영상이 음악과 결합하는 방식 등은 모두 김상만 감독님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안이호 씨가 소설을 각색하신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건가요?

 

A. 영상을 위한 대본을 직접 각색하긴 했지만, 영상화하는 모든 과정은 전적으로 김상만 감독님의 손길을 통해서 이뤄졌다. 사실 나도 이렇게 잘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제작자인 김승근 교수님도 물론 그렇다. 아마도 김상만 감독님만 이런 큰 그림을 품고 계시지 않았을까 싶다.

 

 

 

Q. 원작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최소한의 내용만을 활용해 음악과 영상을 결합했어요. 의도가 무엇이었나요?

 

A.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였다.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한다고 했을 때 가능한 분량이 10분 이내의 영상이었다. (사실 이 것도 많은 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유튜브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량이 10분 이내라고 생각했다.

 

 

 

Q. 음악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드라마적 장치로 활용되는 정도였어요. 원래 소리꾼인데, 음악의 비중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았나요?

 

A. 전혀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바로 그 이유로 욕심을 버렸다.

 

“음악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드라마적 장치로 활용”

 

바로 이 질문이 내 선택이었다.

 

 

 

Q. 밴드 '이날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밴드에서 활동할 때와 개인으로 활동할 때 음악적 방향성 등에 어떤 차이가 생기나요?

 

A.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가장 큰 차이라면 7명의 음악적 방향성을 모두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리꾼 안이호의 작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인물이 되어 존재하지만, 이날치의 보컬 안이호는 주특기가 판소리인 안이호라는 인간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Q. 이날치의 음악은 새롭고도 익숙하게 느껴져요. 이날치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지적하신 바로 그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데 익숙하고 생소한데 친숙한…. 분명 알고 있는 건데 모르겠는…. 그런 의외성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런 의외성이 가지는 위험요소를 제어할 수 있는 개개인의 가창력과 연주력도 분명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구성원들이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경력만 150년이라고 몇몇 방송에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저 웃어넘기기에는 꽤 의미심장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기타 없이 베이스기타가 두 대인 점이 특이합니다. 베이스기타로도 이펙터는 쓸 수 있을 텐데, 록 음악에 흔히 나오는 '디스토션'이 음악에 없다시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펙터의 세계는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펙터들을 사용한다. 소형건반을 사용해서 여러 가지 음향들을 활용하기도 하고 간단한 선율들을 섞어가며 곡의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2명의 드러머 1명의 편성은 판소리의 구조를 최대한 존중한 결과이다. 판소리라는 음악의 특성상(판소리는 창자와 고수, 즉 가수와 북반주, 노래와 타악기, 선율과 리듬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조 속에서 각자의 표현을 극대화한 장르이다.) 기타를 제외하고 리듬 파트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베이스 2명과 드럼 1명 그리고 보컬 4명의 편성이다. (소리꾼 4명으로 이미 선율은 충분했던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Q. 퓨전 국악을 하시는 분은 국악이라는 장르에 얽매이기보다 월드뮤직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가지기도 하는데, 이날치는 '판소리'가 확실한 음악적 정체성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멤버가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나요, 아니면 서로 다른 생각이 조율된 결과로 생겨난 정체성인가요?

 

A. 그냥 이런 사람들이 모였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이날치의 정체성이나 이날치 음악의 특성에 대한 답은 꽤 간단명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 중이다. 그러한 과정이 바로 이날치의 음악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Q. 밴드에 소리꾼이 네 명이나 있는 것도 특이해요. 주로 넷이 다 함께 노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판소리와는 다른 것 같은데, 이것은 어떤 전통을 가져온 것인가요?

 

A. 가창 방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노래를 더 재밌게 부르는 것이다. 기존의 어떤 전통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Q. 앞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음악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사실 나중을 계획하거나 혜안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지난 시간 이어온 일련의 작품활동은 기나긴 여정으로서 나를 현재에 이르게 했고, 앞으로의 나를 어딘가로 인도하겠지만 거기가 어딘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생각한다고 그곳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다만 ‘지금 내가 딛고 선 현실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이어갈 뿐이다. 그 현실 위에 선 나의 그림자가 닿은 저 너머의 현실을 꿈꾸고 만들어가는 것이 매 순간 내가 추구한 ‘열심’이 향하는 곳이라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바로 그 현실 인식과 그림자 너머가 소위 말하는 ‘지금, 이 시대’와 함께 한다면 내가 즐기는 것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로 지금’에 대한 충실함을 이정표 삼아 내게 없는 혜안과 실체 없는 비전을 대신해 나가겠다.

 

 

 

Q. 통영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뭔가 말은 아주 거창하게 했는데 ‘야드’는 아직 정식 공연을 올리지 못한 작품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희생해 모두의 일상을 지켜내고 버텨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저의 생산성 없는 고민과 행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의미를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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